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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이영호 "지수누나도 프로…여자라 힘들었을 듯"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이영호 "지수누나도 프로…여자라 힘들었을 듯"
'최종병기' 이영호 이야기 1부

'최종병기' 이영호도 서지수에게 진 적이 있다?
오른팔 수술 후 대인기피증 앓아


안녕하세요. STX 소울 프로게이머 서지수입니다.

'서지수의 메딕데이트'가 네이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처음 시도되는 인터뷰였기 때문에 독자님들의 반응에 무척 신경이 쓰였었거든요. 매번 기사가 나갈 때마다 실시간 뉴스 1위에도 오르는 등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성원에 저도 더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동 선수 다음으로 인터뷰할 선수는 별로 고민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동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선수가 한 명 있기 때문이죠. 바로 KT 롤스터 '최종병기' 이영호 선수 입니다. 오늘 서지수의 메딕데이트에서 만나볼 선수는 얼마 전 연말 시상식에서 모든 상을 휩쓸며 명실상부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이영호입니다.

아무래도 이영호 선수를 만나는 것은 테란 선수로서 설렐 수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영호는 테란을 플레이 하는 선수들에게는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만나서 가장 먼저 무슨 이야기를 물어봐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도 했는데요. 최대한 이영호의 연습 노하우 등 많은 것들을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워낙 서글서글한 성격이라고 들어 안심하고 인터뷰 장소로 나갔지만 이영호 선수가 여자와 인터뷰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쑥스러워 하기도 했습니다. 최고의 선수지만 영락없이 스무살 청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이영호 선수. 그와 함께 했던 즐거운 데이트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이영호 "지수누나도 프로…여자라 힘들었을 듯"

◆천하의 이영호도 서지수에게 패한 적이 있다?

서지수=정말 오랜만이네요. 예전에는 베틀넷에서 반말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선수가 돼서 친근하게 반말을 못 할 것 같아요(웃음).

이영호=계속 반말하셔도 되는데(웃음). 누나가 저를 기억할 줄은 몰랐는데 아직도 기억하고 계시나 보네요.

서지수=어떻게 이영호 선수를 기억 못할 수가 있어요(웃음). 원래 유명한 선수들의 과거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그 사람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몰랐군요(웃음).

이영호=그때야 누나는 워낙 유명했고 저는 한낱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클랜원 중 한 명에 불과했잖아요. 바이(By) 클랜에 가입하기 위해 누나랑 일전을 펼쳤던 것을 절대 잊지 못하죠. 오히려 누나가 잊었으면 잊었겠지요(웃음). 길드에 가입하고 싶은 일반인 한 명을 누나가 기억할 줄은 몰랐어요(웃음).

서지수=처음에는 여자라는 이유로 오히려 클랜원들이 연습도 제대로 안 해주고 선입견을 가질까 해서 여자인 것을 속였었거든요. 클랜장만 내가 서지수라는 것을 알았어요. 아마 이영호 선수도 몰랐을 텐데 언제 그때 테스트 했던 것이 나라는 것을 알게된 건가요?

이영호=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알았어요. 중요한 사실은 제가 그 테스트에서 졌다는 거죠(웃음).

서지수=싫어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는데 본인의 입으로 나한테 졌다는 말을 하다니 굉장히 과감한데요(웃음)? 나한테 한번 지면 평생 그림자처럼 따라 다닐텐데(웃음).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이영호 "지수누나도 프로…여자라 힘들었을 듯"

이영호=그때는 누나가 저보다 게임을 훨씬 잘했으니까 지는 것이 당연하죠. 테란전은 그래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테스트에서 지고 난 뒤 '꼭 저 사람과 나중에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잘하는 선수를 보면 이기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잖아요. 하지만 그 이후로는 붙을 기회가 없어 아쉬웠어요.

서지수=아무리 아마추어 시절이었다고 해도 나한테 졌다는 이야기를 자기 입으로 털어놓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말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아요?

이영호=후회를 왜 해요. 그때는 제가 누나에게 배워야 하는 위치였는데 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죠. 제가 여자랑 게임을 한 것이 아니라 프로게이머 서지수와 경기한 거잖아요. 아마추어가 프로에게 지는 것이 뭐가 부끄럽겠어요.

서지수=그래도 대부분 남성 선수들은 여성 선수들에게 패하면 자존심 상하잖아요.

이영호=솔직히 누나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여자라 오히려 역차별 당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서지수라는 이름은 여자를 대표하는 이름이 아니라 그저 우리와 같은 프로게이머일 뿐인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남성 선수들에게 이기면 특별한 취급 받고 1승하는 것이 엄청 대단한 것처럼 평가받잖아요. 남성 프로게이머들도 누나에게 지는 것을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누나도 엄연히 프로고 승부의 세계에 종사하는 사람인데 프로가 프로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남성이 여성에게 지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이 답답했어요. 프로에게 그런 취급은 오히려 그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죠.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이영호 "지수누나도 프로…여자라 힘들었을 듯"

서지수=마치 제 마음에 들어갔다가 온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 같아 소름 돋네요. 사실 그런 점들이 무척 힘들었거든요. 이영호 선수 말대로 프로가 프로에게 이기는 것은 기적도 이변도 아닌데 여성이라는 이유도 다른 취급을 받을 때 답답하기도 하고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나이도 어린데 굉장히 이런 면에서 성숙하네요(웃음).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잘 아는지 신기하기도 하고요(웃음).

이영호=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라면 이기고 싶은 마음도 나와 같을 것이고 잘하고 싶은 욕구도 나와 다를 바가 없을 텐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역차별받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항상 생각했어요.

서지수=그래도 막상 지면 충격 받을 거에요(웃음).

이영호=당연히 충격이겠죠. 하지만 그것은 여자에게 졌기 때문이 아니라 공식전 승리가 없는 선수에게 우승을 몇 번이나 한 제가 졌다는 사실이 충격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누나도 앞으로 여자이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보다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만 받았으면 좋겠어요.

서지수=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고맙네요. 정말 열심히 해서 공식전에서 이영호 선수와 꼭 붙게 되기를 바라야겠어요.

이영호=저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마추어 때 누나에게 패했던 것을 복수할 기회를 주셔야죠(웃음).

◆재활 기간 동안 대인기피증 앓아

서지수=이영호 선수하면 오른팔 수술을 하기 전이 생각나네요. 손에 난 상처를 보면서 '얼마나 연습을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될까 감탄한 적이 있어요. 정말 독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니까요. 예전에 결승전 사진을 보는데 엄지와 검지 중간 부분이 찢어져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저 손으로 연습을 하는지 신기했어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이영호 "지수누나도 프로…여자라 힘들었을 듯"

이영호=제가 손이 작은 편이라 억지로 손가락을 벌려 단축번호를 지정하다 보니 손이 자주 찢어져요. 핸드 크림을 자주 발라줘야 한다는데 연습하면서 언제 손 닦고 핸드크림을 바르고 있겠어요(웃음). 그래서 그 부분이 자주 찢어져요. 아프기는 한데 어쩔 수 없잖아요(웃음).

서지수=어렸을 때 피아노를 쳐서 그런지 단축번호를 0까지 지정하는데 문제가 없어요. 키보드를 치는데 적합한 손이 되었던 거죠. 이영호 선수가 그 부분이 찢어지는 이유가 손이 작아서였군요.

이영호=정말 부럽네요. 손은 저보다 누나가 작은 것 같은데 제 손은 유연하지 못한가 봐요(웃음). 어렸을 때 피아노를 쳤다면 이 부분이 찢어지는 일이 그렇게 잦지는 않았을 텐데 아쉽네요.

서지수=그래도 아픈 손으로 계속 연습하는 이영호 선수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영호=다른 프로게이머들도 모두 저처럼 열심히 연습할 것이라 생각해요. 다만 저는 신체적인 조건이 좋지 않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일 뿐이죠. 제가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서지수=선배로서 볼 때 대단한 것 맞아요. 얼마 전 오른팔 수술한 사진을 봤는데 흉터가 꽤 크더라고요. 통증이 심했을 텐데 참아내며 연습하고 결승전 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이영호=그런 말을 들으니 무척 쑥스러워요(웃음). 오른팔이 처음 아팠을 때는 그냥 이대로 나아지기만을 바랐죠. 그런데 생각만큼 쉽게 낫지 않았고 통증이 점점 심해지더라고요. 프로게이머를 영영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두려워졌어요. 내 의지가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해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게 되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개인리그 욕심을 버리고 수술을 결정했죠.

서지수=수술 받고 재활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이영호=한동안 대인기피증에 시달렸어요. 사람을 하도 못 만나다 보니 갑자기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무서워 지더라고요. 누가 말을 걸어오면 그게 그렇게 두려웠어요. 심각했죠. 다행히도 프로리그가 개막했고 대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대인기피증이 사라졌지만 아마 재활하는 내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나 봐요.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 예전만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돼 잠도 잘 못 잤어요.

서지수=그래도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해 정말 다행이네요. 현재 유일하게 전승을 달리고 있잖아요. 이런 것을 보면 이영호 선수의 정신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이영호 "지수누나도 프로…여자라 힘들었을 듯"

이영호=부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압박감이 들었을 때도 있지만 스스로를 믿었어요. 지금까지 피나는 노력을 했는데 몇 주 못했다고 실력이 사라져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어요.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던 선수가 단 몇 주 만에 백지 상태가 된다면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있어서 다행히 재기에 성공한 것 같아요.

서지수=열심히 한만큼 대가가 오는 것이겠죠. 내가 코칭 스태프도 아닌데 정말 자랑스럽네요(웃음).

이영호=그렇게 말해 주시니 힘이 나네요(웃음). 사람들에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성공적으로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제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라 생각해요. 이제 팔도 정상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으니 더 잘할 일만 남았죠.

서지수=여기서 더 잘하면 누가 이영호 선수를 이기죠(웃음)?

이영호=요즘 그런 질문을 자주 받아요. 누가 이영호 선수를 이길 수 있을지 예측해 달라고 물어보는데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웃음). 누구도 저를 이길 수 있지만 저를 뛰어넘는 선수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한 심정이에요. 제2의 이영호 또한 나오지 않기를 바라죠(웃음). 사람은 누구나 최고의 위치를 지키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요.

서지수=우선 지금으로 볼 때는 제2의 이영호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이영호=나와서도 안 되겠죠(웃음).

*2부에서 계속 됩니다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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