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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전 화승 소속 구성훈 "프로게이머 생활 추억으로 남기고파"

[피플] 전 화승 소속 구성훈 "프로게이머 생활 추억으로 남기고파"
이달 4일 한국e스포츠협회는 화승 오즈, MBC게임 히어로, 위메이드 폭스 등 해체된 프로게임단에 속했던 선수들을 대상으로 포스팅을 실시했다. 포스팅이란 공군 에이스를 제외한 6개 기업 프로게임단이 해체 게임단 선수들을 영입하는 작업. 선수들에 대한 최저 연봉과 원하는 연봉 사이에서 의사를 타진해 뜻이 맞으면 받아들이는 시스템이다.

화승 오즈 소속으로 테란 에이스 자리를 지켰던 구성훈도 포스팅에 참가했다. 자신을 원하는 팀이 있어 영입된다면 선수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구성훈을 원하는 게임단은 없었다. 구성훈이 원하는 몸값이 팀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었다.

포스팅에서 탈락한 선수들 가운데 대어급이었던 이영한이 삼성전자 칸으로 영입되면서 구성훈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데일리e스포츠는 16일 낮 구성훈의 집 근처인 부천시 역곡역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데일리e스포츠=어떻게 지내고 있나?
구성훈=포스팅에서 탈락한 이후 며칠 동안 향후 계획에 대해 고민을 했지만 마음 편하게 정리했다. 더 이상 프로게이머를 할 생각이 없기에 다른 팀을 알아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나에게 주어진 휴식 시간이 너무나 좋다.

데일리e스포츠=화승 오즈가 해체된 이후로 큰 일을 많이 겪었다.
구성훈=시즌을 마치고 나서 해체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습실에서 짐을 정리해서 부천 집으로 왔고 속을 많이 태웠다. 프로게임단을 하겠다는 기업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e스포츠 뉴스 사이트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F5를 누른 적도 있었다. 두 달 정도는 눈 빠지도록, 목 빠지도록 좋은 소식을 기다렸다.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 게다가 지난 달에는 아버지까지 돌아가셔서 마음 고생이 가중됐다.

[피플] 전 화승 소속 구성훈 "프로게이머 생활 추억으로 남기고파"

데일리e스포츠=10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례는 잘 치렀나.
구성훈=e스포츠 관계자들께서 정말 많이 와주셨고 힘내라며 격려해주셨다. 아버지께서 술을 좋아하셔서 간이 좋지 않으셨고 몇 달 전에 간경화로 입원을 하신 적이 있다. 병원에서 나았다고 해서 퇴원하셨는데 얼마전 갑자기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한 지 이틀만에 돌아가셔서 우리 가족 모두 깜짝 놀랐다. 아버지께서 가족들이 병원비를 댈 걱정에 일찍 돌아가신 것 같다며 친척들이 위로를 해주셨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가셔서 황망했지만 형과 어머니를 중심으로 장례를 잘 치렀다.

데일리e스포츠=가장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구성훈=둘째라서 가장은 아니다. 7살 많은 형이 가장을 맡고 있다. 장례를 치를 때에도 형이 모든 것을 알아서 했고 나는 곁에서 돕기만 했다. 형이 갖고 있는 부담감이 클 것 같다.

데일리e스포츠=장례식장에서 만났을 때 "10월까지만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11월인데도 여전히 구성훈에게는 힘든 시절이다.
구성훈=나도 10월 이후에는 구체적인 행보가 정해질 줄 알았다. 다른 기업으로인수 창단이 되길 기다렸고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 4일에 열린 포스팅에도 참가했고 나를 원하는 게임단이 있으면 입단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적어낸 희망 연봉이 크다고 팀들이 생각했나 보다.

포스팅에서 탈락한 이영한이 얼마 전 삼성전자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잘 됐다고 생각했다. 나는 제8 게임단에서 코치를 맡은 한상용 전 화승 감독을 통해 다른 게임단 쪽으로 알아보려 했는데 이틀 정도 기다리다가 마음을 접었다고 전달했다. 솔직히 말해서 4일 포스팅에서 탈락하고 나서 선수 생활에 대한 꿈을 접었다.

데일리e스포츠=요즘은 뭐하면서 지내나.
구성훈=아프리카라는 인터넷 방송에서 스타크래프트 개인 방송을 하고 지낸다. 프로게이머 출신이 운영하는 개인방송이라 그런지 많을 때는 1000명 이상이 들어와서 실시간으로 경기를 봐주신다.

데일리e스포츠=시청자들도 구성훈의 근황과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이 많을 것 같다.
구성훈=그렇다. 프로게이머를 할 생각이 없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다. 솔직하게 답하고 있다.

[피플] 전 화승 소속 구성훈 "프로게이머 생활 추억으로 남기고파"

데일리e스포츠=아프리카 개인방송에 대한 인식이 좋지는 않다.
구성훈=나도 그런 점들이 마음에 걸렸다. 좋지 않은 이슈로 제명된 일부 선수들이 개인방송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많다. 내가 하는 방송에도 그런 인식이 깔려 있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시청자들이 나에 대해서는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주시더라.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당장은 게임밖에 없고 이를 통해 적으나마 돈을 벌 수 있어 만족하며 방송을 하고 있다.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지고 나서 마음 편하게 게임을 하고 싶었다. 게임단에 속해 있을 때에는 꽉 짜여진 연습과 대회 스케줄로 인해 게임하는 것이 곤욕일 때가 있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고 시청자들과도 소통하고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인 것 같다.

데일리e스포츠=스타크래프트2로 전환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구성훈=생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화승이 해체된 이후 집에서 스타크래프트2를 1주일 동안 해봤다. 다이아몬드 계급까지 쉽게 올라갔다.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한 박지수와 재미 삼아 맞대결을 했다가 박살이 났다. 박지수의 저그 종족에 완패를 당한 이후에 곧바로 접었다. 아직은 스타크래프트가 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스타크래프트2에서 선수로 활동할 생각을 하기 보다는 군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데일리e스포츠=손주흥이 조만간 의경에 간다.
구성훈=1주일 전에 하늘, 백승혁, 김유진, 이병렬과 함께 부산에 내려갔다. 아버지 상을 당했을 때 손주흥이 문상을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 너무나 고마웠다. 군에 간다는 이야기도 그 때 들었다. 손주흥의 입대 전 환송회를 할 겸 바람도 쐴 겸 부산에 갔다. 몸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했다.

[피플] 전 화승 소속 구성훈 "프로게이머 생활 추억으로 남기고파"

데일리e스포츠=제8 게임단에 간 선수들이 부럽지는 않았나.
구성훈=이제동, 염보성, 박준오, 전태양, 김재훈, 박수범 등 3개 게임단의 에이스들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이 팀이 성적을 잘 낼 것은 당연한 것 같다. '10-11 시즌 성적을 잘 냈다면 이 팀에 포함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지나간 일이다.

한상용 전 감독과 친하게 지냈던 화승 선수들이 많아 이태원에 가서 얼굴을 만났다. 방태수와 백승혁 등이 함께 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논의하러 갔는데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부천에서 이태원까지 멀기도 했고 시간이 늦어 집에 오는 차편이 없을까 걱정도 됐다. 제8 게임단이 잘 되기를 바란다.

데일리e스포츠=부친상도 은퇴 결정에 큰 영향을 줬을 것 같다.
구성훈=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짐을 정리하는데 가족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일본에서 일을 하셨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아버지를 뵌 기억이 없다. 아버지가 한국에 돌아오셨을 때에는 내가 프로게이머를 하기 위해 숙소 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얼굴을 거의 뵙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11월에 가족끼리 제주도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셨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건강하셨을 때 그 말씀을 하셨는데 제안을 하시고 1주일이 채 되지 않아 돌아가셨다. 20여 년만에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부친상을 당한 뒤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절실히 느꼈다. 어머니, 형과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은퇴를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방송을 하면서 소일거리로 삼고 가족에게 한 마디라도 더 걸고 , 한 시간이라도 더 함께하고 싶다.

데일리e스포츠=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재미를 중시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구성훈=그렇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던 이유도 전적으로 돈 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고 거기서 재미를 찾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많이 벌면 좋겠지만 지금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 생활을 할 때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은퇴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개인리그에서 우승한 뒤 은퇴 선언을 하는 멋진 장면을 꿈꿨다. 그러나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퇴물이라 불리면서 등 떠밀리듯 은퇴하고 싶지는 않았다. 10-11 시즌 생애 최고의 성적은 아니었지만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지금 물러나는 것이 나에게는 최적의 시점인 것 같다.

데일리e스포츠=그동안 사랑해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구성훈=아프리카에서 개인 방송을 하면서 근황이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다. 시청자들도 공감을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일부 팬들이 확대해석을 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도 않은 말을 마치 개인방송에서 한 것처럼 글을 올리시는데 그러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프로게이머로서 활동했던 순간은 나에게 좋은 기억,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멀어졌지만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지 사람의 행보는 알 수 없다. 돌아왔을 때에도 '재미있는 선수 구성훈'으로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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