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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 박완규 "레전드 대접 해줘야"

e스포츠 팬으로 알려진 로커 박완규가 "올드 프로게이머 가운데 전설적인 활약을 했던 선수들에 대한 대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완규는 8일 데일리e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e스포츠가 문화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기여했던 선수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뜻을 밝혔다.

◆우연히 관전한 '스타2 임진록'
박완규는 지난 5일 우연찮게 스타크래프트2로 열린 임요환과 홍진호의 경기를 관전했고 이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뗐다.

3일 강원도에서 열린 록페스티벌에 참가한 뒤 4일 부산 남포동에서 행사를 치른 박완규는 휴식차 5일까지 부산에 머물렀다. 호텔에서 쉬고 있던 그는 KBS가 진행하는 '톱 밴드'의 공연이 열리는 것을 보기 위해 해운대에 갔다가 스타크래프트2 임진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눈으로 임진록을 관전하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들뜬 마음에 가서 스타크래프트2 게임 자체를 처음 봤죠. 임요환과는 면식이 없었고 홍진호와는 은퇴식을 통해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여서 홍진호와 전화를 했죠."

언제 내려오냐고 홍진호에게 전화를 건 박완규는 동행하는 사람 없이 홀로 부산으로 이동한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e스포츠 업계에서 대선수였던 홍진호가 혼자 이동한다는 것부터 의아했다. 부산역에서 내린 홍진호를 에스코트한 박완규는 홍진호의 플레이 모습을 지켜봤다. 임요환에게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홍진호의 눈빛이 살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아직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느낀 박완규는 더 많은 이야기를 위해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또 다시 놀랐다.


"임요환과 김가연, 저와 홍진호가 너무나 태평하게 해운대를 지나갔어요. 경호원 한 명 없이 편안하게 해운대를 거닐었던 거죠. 제가 무섭게 생겨서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했지만(웃음) e스포츠의 레전드라고 불렀던 선수들에 대한 예우가 전혀 없더라고요."

◆홍진호 돕고 싶다
홍진호가 스타크래프트2를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완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경기 내내 홍진호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 임요환에게 크게 패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복잡다단한 생각을 머금은 표정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홍진호와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부담감을 잔뜩 안고 있더라고요. 은퇴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타크래프트2 이벤트전을 치르니까 기존 스타크래프트 팬들로 부터 배신자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스타크래프트2 팬들로부터는 그 정도의 실력으로 어디서 명함을 내느냐는 비판을 들어야 했던 홍진호의 마음이 와닿더라고요."

뜬금 없이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 박완규는 홍진호가 스타크래프트2를 할 의향이 있다면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 밝혔다. 임요환이 스타크래프트를 떠날 때 "전략이라는 장점을 살려 터를 닦아 놓으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던 것처럼 홍진호가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한다면 새로운 무언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박완규는 홍진호가 스타크래프트2에 소질이 있고 선수로 활동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레전드는 대우 받아야 한다
박완규는 전설을 만들었던 선수들에게 너무나 박한 대접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강조했다. 임요환과 이윤열이 전 소속팀과 계약을 하지 않고 스타크래프트2로 떠났을 때에도 한국e스포츠협회가 은퇴 처리한 것에 대해서 "심한 조치하고 생각한다"고 말한 박완규는 "홍진호가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게임이 스타크래프트2라고 생각하는데, 팬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마음에 걸려 전향하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고 했다.

블리자드와 협회의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도 선수들에게 애매하게 불똥이 튀는 모습이 좋지 않게 보였다는 주장이다. 사업적인 문제로 대치하고 있다 하더라도 선수들에게는 자율권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e스포츠가 지금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협회나 게임사, 기업이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팬들에게 직접적으로 파급력을 미치는 부분은 선수에요. 특히 '4대천왕'이라 불렸던 선수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협회가 관리했을 때나 현재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관리하고 있을 때나 선수들은 소외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협회든, 블리자드, 그래텍이든 e스포츠라는 문화콘텐츠, 산업이 생기는 데 있어 레전드 선수들이 해왔던 기여를 인정해주고 공동 관리해야 한다는 박완규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시장을 만드는 역할을 했던 선수들을 시장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또 10년밖에 되지 않은 산업에서 벌써 이들의 힘이 빠진다면 산업 자체도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한 분야, 한 조직, 한 구성원을 채찍질하기 보다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인력 관리를 하는 협회는 관용을 베풀 필요가 있고 블리자드는 더 많은 투자를 통해 리그의 활성화를 꾀해야 하고 방송사는 방송사 나름대로 선수들에게 대한 체계적인 조명을 해야 한다고 보탰다. 그래야만 스타 플레이어를 보고 꿈을 키우는 선수들이 나온다고 했다.

"임요환, 홍진호를 보면서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웠던 선수들이 지금의 '택뱅리쌍'이잖아요. 선배들의 힘 빠진 모습을 보면서 이 선수들도 아쉬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선수의 꾸준한 유입이 없다면 스타크래프트든, 스타크래프트2든 생명력이 짧아질 수밖에 없잖아요."


◆"사람이 살아야 콘텐츠도 산다"
박완규는 부활의 리드 보컬 출신이다. 2년전부터 부활의 리더인 김태원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가장 크게 반대했던 박완규는 요즘 김태원과 함께 여러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왜 그의 노선이 바뀌었을까.

"김태원 선배가 예능에 출연했을 때 본류에서 어긋났다고 어깃장을 놓았던 적이 있죠. 로커의 자존심을 던졌다며 반발했어요. 그렇지만 속을 알고 보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김태원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망가진 모습을 통해 부활을 알게 되고 음악을 듣게 되면서 부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록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면 오히려 무너지던 록이라는 문화를 살릴 수 있다고 설명하더라고요. 그제서야 이해가 됐죠."

박완규는 김태원의 설득 논리를 e스포츠에 적용했다. 임요환이나 홍진호나 오래도록 e스포츠계에 남아 있어야만 업계 전체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타크래프트든, 스타크래프트2든 하나의 e스포츠잖아요. 스포츠를 지향하고 있는 e스포츠에서 인물이 사라지는 것은 설 자리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홍진호가 100% 전향을 확정한 것은 아니고 이제 막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했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지켜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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