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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리그 결산] 아름다운 꼴찌 공군 에이스

[프로리그 결산] 아름다운 꼴찌 공군 에이스
세상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이 있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최하위에 처하는 일이다. 경쟁이 일반화된 현대 사회에서 꼴찌는 지탄의 대상이자 비굴함의 상징이다.

공군 에이스는 애시당초 꼴찌였다. 꼴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누구나 인정한다. 프로게임단에서 나이가 차서, 실력이 모자라서, 기량이 떨어져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들이 가는 곳으로 인식이 굳어져 있다.

꼴찌가 당연했고 이번 시즌에서도 꼴찌였다. 그렇지만 공군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무려 17승이나 올리면서 지난 시즌 거둔 승수의 두 배에 달하는 승리를 따냈다. 선수층이 두터워서? 인센티브가 주어져서? 그런 이유는 없다. 군인 팀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디딜 곳을 찾겠다는 절실함으로 공군은 10-11 시즌 대박을 터뜨렸다.

[프로리그 결산] 아름다운 꼴찌 공군 에이스

◇공군 에이스 박대경 전 감독.

◆선발 시스템의 변화
공군이 창단할 시점인 2006년만 하더라도 선수들에게는 도피처였다. 병역을 이행해야할 나이가 찬 선수들에게 공군의 전산특기병(2007년부터 e스포츠병으로 정식 분과가 생겼다) 자리는 힘든 훈련을 받지 않고 병역을 완료할 수 있는 자리로 여겨졌다. e스포츠계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유명한 선수들이 대거 입대했다. 프로게이머의 생명을 연장하겠다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병역을 마치는 것이 우선인 선수들도 많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박대경 감독이 부임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유성렬 감독 때부터 추진해오던 선수 선발 시스템의 변화를 완료한 박 감독은 일반적인 공군의 병력 모집 시스템에 e스포츠병만의 테스트 자리를 넣었다. 공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과의 실력 테스트를 통해 선수를 받기 시작한 것. 그리고 면담 과정에서 전역 이후에도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생각을 가진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뽑았다.

그 결과 공군은 이름 값이 아닌 실력으로 선수단을 구성할 수 있었다. 팀에서 출전기회가 줄어든 선수들이나 나이가 어리기에 전역 이후에도 현역 선수 생활을 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로 팀을 짰다.

의욕이 넘치는 선수들을 받은 공군은 성적으로 말하기 시작했고 1, 2라운드에서 7승을 따내며 다른 팀들의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위너스리그에서 연패에 빠지면서 순위권과는 멀어졌지만 5, 6라운드에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은 공군은 17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선수 선발 과정의 변화가 서수들과 팀의 색깔을 바꿔 놓은 것이다.

또 공군은 전담 코치와 플레잉 코치를 영입하면서 확실히 체제를 갖췄다. 선수 출신이 아닌, 스타크래프트를 조금 아는 감독과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며 전략과 운영, 선수들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하사관과 병을 코치 자리에 앉혔다. 웅진에서 코치로 활동하던 김남기가 하사관 자격으로 공군 에이스에 합류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고 안기효를 플레잉 코치로 보직 변경을 시키면서 꼼꼼하게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성적 상승의 비결이다.

[프로리그 결산] 아름다운 꼴찌 공군 에이스

◇공군의 성적을 견인한 테란 트리오.

◆테란의 힘
시스템이 변한다고 해서 저절로 승리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경기에 나서서 이겨주는 선수가 있어야만 승수를 보탤 수 있다. 10-11 시즌 공군의 상승세를 주도한 종족은 테란이다. 이성은, 변형태, 임진묵으로 이어진 테란 트리오는 10개 팀 가운데 4위에 달하는 승수를 올리면서 공군 안에서 최다승을 따낸 종족으로 우뚝 섰다.

지난 시즌 민찬기의 힘을 빌어 승수를 올렸던 공군은 10-11 시즌 입대한 이성은, 변형태를 투톱으로 세우면서 시즌을 풀어 나갔다. 입대 첫 경기부터 승리를 따낸 이성은은 삼성전자에서 전성기를 이뤘던 시절의 기량을 뿜어냈고 변형태 또한 공격적인 성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상대를 압박하며 승수를 올렸다.

이성은과 변형태는 승자연전방식으로 진행된 위너스리그에서 연패를 경험하며 주춤했지만 5, 6라운드에서 승리를 합작하며 공군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성은은 11승6패, 변형태는 8승7패로 5할 승률을 넘기는 등 공군의 승리 공식으로 떠올랐다.

공군 테란의 상승세에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5라운드부터 뛰기 시작한 임진묵이다. 테란이 소화하기 어렵다는 '네오아즈텍'을 전담한 임진묵은 입대 초반 감각을 찾지 못했지만 5라운드 중반부터 승수를 쌓아가기 시작했고 6라운드에서는 4승2패를 달성하며 힘을 보탰다. 공군을 상대하는 모든 팀들인 '임진묵이 '네오아즈텍'에 나온다'라고 예상할 정도로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공군은 선수 운용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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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와서 대박친 저그 김경모.

◆'군제동' 김경모
당초 김경모가 공군에 입대할 때 눈 여겨 본 사람들은 전혀 없었다. 화승 오즈에서 선수 생활을 할 당시 팀플레이 전담으로 뛰었고 개인전에는 출전해도 지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에 그저 그런 선수가 공군에 갔다는 시선이었다.

그러나 김경모는 공군에서 다른 선수로 변했다. 그동안 화승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가 출전 기회의 부족이었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김경모는 펄펄 날아다녔다. 1, 2라운드에서 박태민과 함께 주전 저그로 출전한 김경모는 시즌 내내 꾸준한 성적을 냈다. 1라운드 5승4패, 2라운드 6승4패, 3라운드 7승8패, 4라운드 1승7패, 5라운드 3승6패, 6라운드 6승3패를 기록한 김경모는 4, 5라운드에서 주춤했을 뿐 매 라운드 5할에 육박하는 성적을 냈다.

그 결과 김경모는 공군 안에서 이번 시즌 최다승인 28승을 달성하며 공군이 낳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로 인정 받았다. 팬들은 김경모의 활약이 화승 이제동과 흡사하다고 해서 '군제동'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박대경 전 공군 에이스 감독은 6월30일 전역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이제 터가 닦인 것 같다. 앞으로 공군 에이스는 잘할 일만 남았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시즌 공군 라운드별 성적


◆공군 개인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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