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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인터뷰] 신동원과 정명훈의 '평행이론'

[더블인터뷰] 신동원과 정명훈의 '평행이론'
평행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지구 어디에선가 나와 같은 운명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이론이다. 미국 대통령인 링컨과 케네디의 운명이 비슷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평행이론의 가장 강력한 예라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나왔고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는 다소 억지스런 설정으로 가수들의 공통점을 찾아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의 제목이기도 하다.

만약 e스포츠계에 평행이론을 적용하자면 CJ 신동원과 SK텔레콤 정명훈이 같은 운명을 살고 있지 않을까. 신동원과 정명훈을 세심하게 뜯어 보고 나면 수많은 공통점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동안 알려진 것과 이번 인터뷰에서 공개한 것까지 합치면 정명훈과 신동원은 링컨과 케네디보다 더 많은 교집합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두 선수는 얼마나 공통점이 많을지 두 선수의 재미난 수다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자.

◆신기한 인연
신동원과 정명훈은 특이한 인연으로 친해진 사이다. 2008년 이미 최연성의 후예로 알려지며 주목 받았던 정명훈과 2군에서 활동하며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신동원은 성지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시험 때 학교를 가야 하는데 꽤 멀거든요. 게다가 가면 아는 사람도 없어 심심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같은 반에 프로게이머가 있다는 거에요.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알아보니 처음 듣는 선수였어요. 그래도 친구가 있으면 좋다는 생각에 배틀넷에서 아이디를 찾아 말을 걸었어요. 생각보다 반갑게 맞아줬고 그날 이후로 함께 학교에 다녔어요. 그 때는 (신)동원이가 이렇게 클 줄 몰랐어요(웃음)."

석 달에 한번은 무조건 만났던 두 선수는 서로 게임과 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2군 숙소에서 생활하던 신동원은 유명한 선수인 정명훈과 친하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연예인과 친한 친구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더라고요(웃음). 처음에는 얼마나 신기했겠어요. 2군 숙소에 가서 얼마나 자랑했는지 몰라요(웃음). 처음에는 안 믿더라고요(웃음). 배틀넷에서 연습하는 것을 보여주니 그때서야 믿고 저를 대단하게 생각했어요(웃음). 어찌나 뿌듯하던지(웃음)."

지금의 신동원이라면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08년 그렇게 두 소년은 신기한 인연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연습하고 싶어요"
학교에서 진한 우정을 나누던 두 선수는 숙소로 돌아가서도 자주 연습을 했다고 한다. 신동원은 수준급 선수와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고백했다. 연습을 하는 순간에도 내가 정말 정명훈과 연습하고 있는 것인지 믿기지 않았다고.

[더블인터뷰] 신동원과 정명훈의 '평행이론'


"쉬는 시간에 (정)명훈이와 연습을 하면 2군 선수들이 모두 와서 구경하곤 했어요(웃음). (정)명훈이를 보면서 나도 꼭 저 위치까지 올라가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죠. 열심히 연습한 결과 조금씩 실력이 나아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신동원은 조금씩이라고 표현했지만 정명훈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고 조금씩이라기 보다는 괄목상대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볼 때마다 실력이 늘어 있어 위협적일 정도였단다.

"볼 때마다 성장해 있는 모습에 놀라우면서도 본받을 점이 많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하거든요. 언젠가는 우승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돼 너무나 기뻐요. 진심입니다."

그렇게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던 두 선수는 2010년 포스트시즌에서 운명의 맞대결을 펼쳤다. 그 당시 정명훈은 SK텔레콤 T1의 테란 에이스였고 신동원은 신인 티를 벗지 못한 풋풋한 신예였다. 그러나 신동원은 '심판의 날'에서 정명훈을 꺾으며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 당시를 회상하던 정명훈은 "성장한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발전을 했을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선수는 현재 자주 연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명훈과 신동원이 현재 프로리그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SK텔레콤과 CJ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프로리그 결승전이 끝날 때까지 연습은 미뤄둬야 할 것 같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그들의 공통점 첫 번째 '신우승자 징크스'
두 선수는 최근에 개인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정명훈은 박카스 스타리그 2010, 신동원은 피디팝 MSL에서 생애 첫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우승자이지만 둘은 기존 우승자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았다. 이른바 '신우승자 징크스' 때문이었다.

"'신우승자 징크스' 원조는 저죠(웃음). 박카스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한 뒤 다음 날 삼성전자와 프로리그 경기가 있었어요. 그날 자신감과 기분으로는 당연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승전 상대였던 (송)병구형에게 패하고 나니 우승했다는 기분이 하루만에 사라지더라고요. 정말 힘들었어요."

신동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디팝 MSL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바로 다음날 프로리그 경기에서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해 화승 박준오에게 패했다. 정명훈과 마찬가지로 신동원도 우승의 기쁨을 하루도 느껴보지 못하고 패배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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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을 치르고 나면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해요. 결승전을 치르고 나면 연습이나 준비를 하지 못하고 프로리그 경기에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요즘은 선수들 실력이 상향평준화가 돼 있어서 철저히 준비하고 나온 선수를 이기는 것이 힘들어요. 기세만으로 이길 수 있는 시대는 지났죠. '신우승자 징크스'는 프로리그와 개인리그가 함께 열리는 한 계속될 겁니다."

신동원은 개인리그 결승전을 치르는 선수들에게 다음 날 프로리그를 면제해 주는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털어 놓았다. 정명훈 역시 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만이라도 쉴 수 있도록 해준다면 오히려 기세를 몰아 팀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 두 선수의 설명이었다.

"우승하고 난 뒤 저를 응원하기 위해 올라온 30명이 넘는 친척들에게 인사하러 가지도 못하고 곧바로 숙소로 복귀했어요. (정)명훈이는 지방에서 결승전을 치르느라 올라오기에 바빴다고 하더라고요. 이영호 선수가 이번 ABC마트 MSL에서 우승하고 나서 곧바로 연습실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우승을 조금이라도 만끽하고 준비된 상황에서 프로리그에 나가게 된다면 '신우승자 징크스'는 없어질 것이라 자신합니다."

◆우승은 모두 값지다
두 선수의 두 번째 공통점은 우승 후 오히려 시련을 겪었다는 것이다. 정명훈은 포스 없는 우승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신동원은 저그만 꺾고 올라온 '우스운' 자가 됐다. 우승을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한 두 선수 입장에서는 속상한 일이다.

"속상하지 않았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을게요(웃음). 생애 처음 케스파 랭킹 1위도 해보고 우승컵도 들어 올렸는데 팬들이 우승을 폄하하는 소리를 들으며 속상했어요. '내가 더 잘한다면 이런 소리도 들어가겠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그래도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헛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명훈이 속상했다는 이야기를 털어 놓자 신동원은 말 없이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어떻게 보면 정명훈보다 오히려 더 혹독한 비난을 들어야 했던 선수가 신동원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나 보다.

"결승 상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웃음). 저그 대 저그전 결승이 받는 설움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다음 조지명식에서 제가 죽음의 조를 만들고 난 뒤 '죽일 X'이 됐죠.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괜찮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정)명훈이에게 충고 한마디만 하려고요. 넌 절대 죽음의 조 만들지 마(웃음)."

웃으면서 이야기는 했지만 마음 고생이 심했던 신동원은 정명훈에게 몇 번이나 "조지명식에서 주의하라"고 충고를 했다. 정명훈은 "스타리그는 추첨제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더니 신동원은 "그럼 훗날 MSL에서 우승할 분들에게 충고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더블인터뷰] 신동원과 정명훈의 '평행이론'


"저는 스타리그를 빨리 시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스타리그가 늦게 시작하니 우승자로서 잊혀진 것 같더라고요(웃음). 용산 경기장에 가도 제 사진이 없어요(웃음). 이제 듀얼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웃음)."

신동원은 "우승자들에게 비난보다는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모든 우승은 과정과 결과만으로 값진 것이니 말이다.

◆그들의 공통점 세 번째 '팀과 환상적인 호흡'
두 선수를 아우르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코칭 스태프와의 조화다. 정명훈과 최연성 코치의 인연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신동원 역시 철저한 시스템 속에서 키워진 선수다. 두 선수 모두 입을 모아 서로의 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CJ는 정말 선수를 잘 키우는 것 같아요. (신)동원이뿐만 아니라 김정우 선수, 진영화 선수, 장윤철 선수, 조병세 선수 등 현재 CJ를 이끌고 있는 주력들이 모두 2군 시스템에서 성장했잖아요. 물론 자신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안되겠지만 CJ의 2군 시스템은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동원 역시 자신의 빠른 성장은 코칭 스태프의 조련 덕이라고 고백했다. 신동원은 "코칭 스태프가 시키는 대로 한 일밖에 없는데 어느 새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자신의 노력이 더해졌겠지만 신동원은 만약 다른 팀에 갔다면 자신이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 같다며 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더불어 신동원은 SK텔레콤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더블인터뷰] 신동원과 정명훈의 '평행이론'


"(정)명훈이 역시 SK텔레콤에 정말 잘 들어갔죠. 최연성 코치님 밑에서 무언가를 배우며 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에요. 전략이나 경기력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저나 (정)명훈이나 팀을 잘 만난 것 같네요(웃음)."

◆그들의 공통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두 선수는 현재 고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먹어도 살이 안 찐다며 한숨을 내쉬던 신동원과 정명훈. 살을 찌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의 한숨은 늘어만 갔다.

"이상하게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쪄요. 너도 마찬가지지?"

"응. (신)상문이형이랑 헬스도 다니면서 열심히 운동도 해봤는데 안 찌더라. 누군가가 들으면 욕하겠지만 진짜 우리는 심각한데 말이야(웃음)."

체질까지 비슷한 두 선수. 아직까지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신동원과 정명훈은 동시에 "이제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신동원과 정명훈은 "귀여운 스타일의 여자가 좋다"며 이상형에서도 공통점을 보였다.

"요새 여자친구를 만나야겠다는 심각성을 느끼고 있어요. 스무 살이 넘었는데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봤다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한편으로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만나기가 꺼려지기도 해요. 딱히 노력하지는 않겠지만 인연이 되는 사람이 나타나게 된다면 좋겠죠(웃음)."

신동원의 이야기에 정명훈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연예인에는 관심이 없다며 시크한 표정을 짓는 것을 지켜보면서 평행이론은 정말 실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승전에서 만나자"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시즌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SK텔레콤과 CJ엔투스. 각 팀의 대표 선수인 정명훈과 신동원은 인터뷰를 마치며 "결승에서 보자"고 헤어짐의 악수를 나눴다. 결승전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는 정명훈과 신동원은 "이왕이면 개인리그 결승전에서도 만나자"며 크게 웃었다.

"(정)명훈이가 최근 연패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빨리 회복할 것이라고 믿어요. 그래야 결승전에서 만났을 때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지 않겠어요? 개인리그에서도 서로 본선에 올라와 있으니 높은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신)동원이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뿌듯하더라고요. 저는 (신)동원이의 신인 시절부터 봐왔던 사람이잖아요. 다른 사람들보다 감회가 더 새로웠습니다(웃음). (신)동원이와 제 앞에는 현재 이제동-이영호라는 커다란 산이 존재해요. 하지만 언제까지 2인자일 수는 없잖아요. 함께 열심히 노력해 1인자가 되는 모습 보여주고 싶습니다. 파이팅!"

헤어지면서도 은근히 프로리그 이야기를 나누며 견제의 끊을 놓지 않던 두 선수. 친하지만 선의의 경쟁자로서 e스포츠를 더욱 빛나게 만들고 있는 두 선수가 각 종족의 1인자로 우뚝 서는 날이 오게 되길 바라본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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