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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박대경 감독이 전하는 공군 에이스 이야기(하)

[피플] 박대경 감독이 전하는 공군 에이스 이야기(하)
*상편에서 이어집니다.

"군인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말 가슴에 남아
성적으로 말하는 공군 에이스 되길 기대
공군팀 발전에 기여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길


2년 동안, 정확히 1년 6개월 동안 공군 에이스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박대경 감독은 가슴 속에 묻어준 말이 많았던 것 같았다. 쉼없이 공군 에이스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했고 앞으로 e스포츠를 위해 공군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막힘 없이 털어 놓았다. 그리고 공군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위너스리그에 대한 아쉬움
박대경 감독은 위너스리그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만약 위너스리그에서 2라운드 정도의 성적만 거뒀어도 이번 시즌 공군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꿈에서 '아즈텍', '피의능선', '이카루스'가 나와 저를 괴롭히곤 해요(웃음). 세 맵에서 테란이 출전하는 팀은 저희밖에 없을 겁니다. 저그 카드가 많지 않아서 김경모가 저그전을 이기지 못하면 답이 없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테란 카드를 내보냈지만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죠. 정말 힘들었습니다."

세 맵이 있는 한 위너스리그에서 한 팀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선수들이 기본기를 잡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위너스리그에서의 연패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루는 기피 맵이었던 '아즈텍', '피의능선', '이카루스'를 연달아 치른 적도 있다. 그날은 '0대3부터 시작하자'며 마음을 비우고 경기장에 오기도 했다고.

"세 종족이 고르게 잘하는 팀은 프로팀 중에서도 몇 없잖아요. 하물며 공군이 세 종목 모두 밸런스를 고루 갖춘 팀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죠. 위너스리그를 하면서 갑자기 나이를 배는 먹은 것 같아요(웃음). 폭삭 늙지 않았나요."

하지만 다음 시즌 위너스리그에서는 공군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박 감독은 자신 있게 말했다. 바로 이성은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이번 시즌 위너스리그 동안 이성은을 에이스로 성장시켰고 그 효과는 다음 시즌에 발휘될 것이라고 박 감독은 귀띔했다.

◆"임대 선수라 생각해 주세요"
박대경 감독은 전역하기 전 e스포츠 관계자들에게 꼭 전할 말이 있다고 했다. 공군 에이스가 e스포츠에 꼭 필요한 팀이라고 생각한다면 선수를 수급하는 문제에 대해 다같이 고민했으면 하는 것이 박 감독의 전언이다.

"공군에 선수를 임대한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각 팀마다 기용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잖아요. 즉시 전력으로 쓰기에는 부족하지만 기본기를 어느 정도 갖췄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선수들을 공군으로 보내주세요. 저희가 최고의 선수로 키워 팀으로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피플] 박대경 감독이 전하는 공군 에이스 이야기(하)


박 감독은 공군 에이스를 지휘하면서 선수 수급 문제가 가장 어렵다고 전했다. 팀에서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많이 보내준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김경모나 이성은 등 공군에서 빛을 보거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들이 있잖아요. 그 선수들을 생각해 보시면 임대 선수라는 개념으로 공군에 선수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잘 아실 겁니다. e스포츠를 위해서라도 공군 에이스를 위해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군인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박대경 감독이 공군 에이스 지휘봉을 처음으로 맡았을 때 당시 공군전산소장이 해준 말이 지금까지 박 감독을 지탱했다고 한다. '군인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말이다.

박 감독이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단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전역을 앞둔 지금 시점에서 그 말이 얼마나 힘이 됐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회에서도 구제하기 힘들었던 선수들이 공군에 와서 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군인 정신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것과 다르게 승부의 세계에서는 실력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사회에서 실력을 키우다 안된 선수들이 공군에 와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것이 꼭 승부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이건 사회에서 할 때보다 군대에서 할 때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공군에 입대해 재기에 성공한 선수들을 보면서 박대경 감독은 군인의 힘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독한 마음을 먹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 선수들이 대견하면서도 고맙기도 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99%의 자기 노력과 1%의 도움"이라고 전했다.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팀이 됐으면
박대경 감독은 공군 에이스를 떠나면서 송동균 신임 감독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의 귀결점은 하나였다. 강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성적을 내지 못하는 팀은 존재의 가치가 없어져요. 공군은 매년 해체설에 시달리곤 해요. 만약 공군이 포스트 시즌에 가고 나아가서는 결승전에 진출하는 팀이 된다면 그 누구도 공군을 흔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군은 그런 팀이 돼야 해요."

박 감독은 어떤 사건에서도, 어떤 이슈 안에서도 공군 에이스가 흔들리지 않도록 강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재임 내내 미래의 공군을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고 선수 선발 기준을 바꾸고 TO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피플] 박대경 감독이 전하는 공군 에이스 이야기(하)


"지금 최다승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 봐야 최하위잖아요.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당당하게 몇 위인지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아직까지는 슬프기만 해요. 나중에 누군가가 공군 에이스를 흔들기 위해 아픈 질문을 던질 때 당당하게 답할 수 있게 돼야만 공군 에이스는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제 후임인 송동균 중위도 그리고 다음 후임도 그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겁니다."

◆고마운 사람들이 있어 행복했다
감독직을 내려 놓으면서 박 감독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모든 사람들에게 일일이 고마움을 전하지 못하고 가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 사람들을 다시 보지 못한 다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고 고백했다.

"09-10 시즌에는 공군과 연습해주는 팀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때에도 묵묵히 연습을 도와줬던 폭스팀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김양중 감독님께서 많은 것을 알려주시고 도움도 많이 주셨죠. 저도 공군을 폭스팀처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더 배울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박 감독은 전 게임단이 공군을 위해 애써주셨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조언을 아끼지 않은 SK텔레콤 박용운 감독과 연습이나 팀 시스템 등에 있어서 많은 것을 알려준 KT 이지훈 감독, 강도경 코치에게도 따로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자신의 일처럼 연습을 도와준 CJ 정우용, 한두열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응원해 준 팬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피플] 박대경 감독이 전하는 공군 에이스 이야기(하)


"얼마 전 짐을 정리하는데 저도 꽤 많은 편지를 받았더라고요(웃음). 제가 어디 가서 이런 편지를 받을 수 있겠어요(웃음). 별로 잘생기지도 않은 저를 훈남 감독으로 만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힘들 때마다 응원해 주시는 덕에 공군 에이스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공군 에이스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대경 감독은 전역 이후 곧바로 일본으로 어학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연수를 마치고 나면 e스포츠와는 동떨어진 일을 하고 있겠지만 항상 e스포츠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 한 달쯤 지나면 저는 잊혀지겠죠(웃음). 하지만 언젠가 공군이 포스트시즌을 가게 된다면 '그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공군 에이스의 발전을 위해 일했던 감독이 있었지'라는 정도만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공군이 포스트시즌 경기를 할 때 저도 관중석에 있겠지만요(웃음). 팬들의 응원도 선수들의 열정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도 오래도록 기억될 겁니다. 저 잊지 말아 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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