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피플] 박대경 감독이 전하는 공군 에이스 이야기(상)

[피플] 박대경 감독이 전하는 공군 에이스 이야기(상)
지휘봉 잡은 뒤 선수 수급 방안부터 변화
실력 중신의 선수 선발 통해 업그레이드
김경모-이성은 사례 통해 공군 이미지 바꿔


"아쉽다는 말 이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네요.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모두들 시원섭섭할 것이라고 생각하던데, 저는 시원하지 않고 섭섭하기만 하네요."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만난 공군 에이스 박대경 감독의 표정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막 궤도에 올라가기 시작한 공군 에이스를 남겨두고 감독직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1년만 더 주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박 감독의 안타까움은 더할 수밖에 없다.

감독을 꿈꿨던 것도 아니다. 공군이 우승한다고 박대경 감독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박 감독의 열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왜 저렇게까지 열심히 할까, 무엇을 위해서?"라는 의문을 가지게 할 정도였다. 20대 중반의 인생을 쏟아 부으면서까지 공군 에이스에 몰두한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e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사랑 때문이었다.

공군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 주고 우리 곁을 떠나야 하는 공군 박대경 감독.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털어놓은 힘들지만 보람됐던 감독 여정을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자.

◆'박대경 프로젝트'의 시작
박대경 감독이 공군 에이스를 맡은 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선수 구성이었다. 예전에는 선수를 선발할 때 이름값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면 박 감독이 부임하고부터는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했다. 공군 에이스가 살아남는 길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인기 많은 선수들을 다 받는다면 홍보는 될 수 있겠죠.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공군 에이스가 내외적으로 입지를 탄탄히 다지기 위해서는 성적을 잘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프로들이 겨루는 리그에 나가는 선수들이 성적이 좋지 않다면 그 팀을 운영할 이유가 없어지잖아요."

박 감독은 해마다 조그마한 이슈에도 흔들리는 공군 에이스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키운 뒤 전력을 다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박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선수 구성안과 공군 에이스 발전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선수 선발 과정부터 싹 뜯어 고쳤어요. 실력 위주로 선수들을 선발하고 공군에 입대한 선수들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 할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선수 충원도 매달 해야 했고요. 사실 힘든 요구였는데도 중앙전산소장님께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 덕에 '박대경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입니다."

당장의 성과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프로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팀을 정비하는 일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시작된 '박대경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상은 화승 김경모였다.

◆자식과 같은 공군 에이스 선수들
박대경 감독에게 공군 에이스 선수들은 단순히 '선수'가 아니다. 낳지는 않았지만 제 손으로 키운 자식들과 같은 존재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들어올 때마다 면담을 통해 해당 선수에게 맞는 훈련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프로팀에 있을 때보다 더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공군 선수들이 전 소속팀보다 훈련을 덜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사실일지도 모른다.

"공군에서 선수들이 실력이 느는 이유가 단순히 출전 기회를 받기 때문이라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이전 못지 않은 특별 훈련을 수행하고 있어요. 입대 초반에는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힘들 겁니다."

박 감독이 원하는 선수는 기본기는 갖춰져 있지만 주전들에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였다. 박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선수들에게 털어 놓으며 좋은 선수가 있다면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오영종이 화승 김경모를 추천했다.

[피플] 박대경 감독이 전하는 공군 에이스 이야기(상)


"(김)경모가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는 기본기는 탄탄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죠. 무서울 정도로 혹독하게 훈련을 시켰고 이를 견뎌내면서 (김)경모가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감독으로서는 뿌듯할 수밖에 없었어요."

한동욱과 오영종을 전담 코치로 붙인 뒤 김경모는 엄청난 양의 테란전과 프로토스전을 연습했다. 그리고 다른 팀과 랭킹전을 하면서 김경모는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10-11 시즌 프로리그를 시작하기도 전에 공군과 랭킹전을 했던 다른 팀들은 암암리에 '김경모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한다.

'박대경 프로젝트' 1호 김경모가 성공을 거두면서 선수들은 점차 공군에 대해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잠재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 감독은 바로 뒤를 이어 이성은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이)성은이의 경우 처음에 들어왔을 때도 실력은 여전히 좋았어요. 그런데 프로토스전은 정말 답이 없더라고요(웃음). 이성은을 에이스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한 종족전이 무너지면 그럴 수 없잖아요. 그래서 프로토스전을 보완시키는데 주력했죠."

처음에 이성은은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지 않고 삼성전자 시절부터 몸에 밴 스타일을 고집했다. 박대경 감독은 옆에서 잔소리를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른 방법을 택했다. 프로토스가 좋은 맵에 이성은을 계속 출전시켰다.

"처음 한두 판 졌을 때는 (이)성은이도 '다른 맵에 내보내 주시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당장 성적이 중요하다면 그렇게 했겠죠. 하지만 이성은을 에이스로 키우는 일이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 계속 프로토스를 만나게 했어요. 8연패쯤 하고 나니 스스로 무언가를 깨닫더라고요. 그게 아마 4라운드 끝나갈 무렵이었을 겁니다."

박 감독은 이제 이성은을 이길 수 있는 프로토스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자신했다. 에이스로 성장한 모습을 보고 전역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이성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삼성전자에 있을 때보다 더 성장한 이성은의 모습은 다른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피플] 박대경 감독이 전하는 공군 에이스 이야기(상)


"욕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성은이 공군 에이스 소속으로 협회 랭킹 10위 안에 들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현재 공군 에이스에서 가장 믿음직한 선수죠. 테란 코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성은이 플레잉 코치 역할까지 해주거든요. 너무나 고마운 선수죠."

변형태 역시 이성은 덕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공군에 들어와 개념을 다시 배우면서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스타리그 준우승까지 했던 변형태가 개념을 배우고 있다니 말이다.

"변형태는 워낙 경력이 오래된 선수다 보니 CJ 엔투스에 있을 때는 누구에게 배울 입장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부족한 부분을 알고 있지만 후배들을 가르치려다 보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공군에 와서 이성은과 민찬기 등 다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전보다 탄탄한 전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더 큰 선수가 될 것이라 자신해요."

◆공군 코치의 중요성
박 감독은 김남기 코치에 대해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군인이 잠을 줄여가며 10시간 넘게 선수들의 경기를 뒤에서 지켜보는 모습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웬만한 인내심이 아니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김남기 코치가 선수들의 경기를 봐주는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돋더라고요. 아무리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2시간만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면 지루해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김남기 코치는 근무 시간 내내 밥 먹을 때만 눈을 뗍니다. 경기 전날 14시간 이상 연습을 하는데 한 번도 모니터에서 눈을 뗀 적이 없어요. 아마 다음 시즌 공군 저그들의 실력은 놀랄 만큼 향상돼 있을 테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얼마 전 안기효가 플레잉 코치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박 감독은 시점이 늦었다고 판단했다. 사실 안기효는 처음 공군에 입대할 때부터 플레잉 코치 역할을 맡았어야 한다는 것이 박 감독의 생각이다.

"(안)기효가 경기에 나와 패하면 팬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댓글을 쓰시더라고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처음부터 (안)기효는 플레잉 코치 역할을 하기 위해 뽑았던 선수였거든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고요. 그런데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경기에서 패한 안기효를 보고 욕을 해대니 너무나 미안했어요. (안)기효에게 지금도 미안하고 고마워요."

박 감독은 이외에도 현재 공군에 소속된 전 선수들에게 전할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한 선수, 한 선수 손으로 꼽으면서 당부의 말을 전했다. 누구 한 명 빠진 선수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에서 선수들을 자식처럼 아끼는 박 감독의 심성을 느낄 수 있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T store와 함께 더 스마트한 생활(www.tstore.co.kr)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