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피플] 전역 서지훈 "팬에게는 즐거움을, 팀에게는 승리를"

[피플] 전역 서지훈 "팬에게는 즐거움을, 팀에게는 승리를"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플레잉 코치로 이달부터 하이트 엔투스 복귀

하이트 엔투스에 올드 보이가 합류했다. 지난 4월9일 공군 에이스에서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테란 서지훈이 하이트 엔투스의 플레잉 코치로 돌아온다.

서지훈은 CJ 엔투스의 전신인 GO 시절부터 팀을 이끌어 온 정신적인 지주다. 조규남 전 감독 시절에도 에이스로 인정받으면서 선수단의 중추였던 서지훈은 25개월간의 공군 복무를 마치고 원소속팀에 합류했다.

20일 강남역에서 만난 서지훈은 공군 에이스로 활약할 때보다 부담감을 많이 덜어낸 표정이었다. 웃음이 없다고 소문난 서지훈은 인터뷰 내내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화기애애했던 서지훈과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아저씨의 풍미를 느끼다
서지훈을 대표하는 이모티콘이 있다. 알만한 팬들은 알고 있겠지만 하이픈 세 개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시프트 키 하나를 치면 서지훈이라고 여긴다. 실제로 입력해보면 '-_-'이 된다. 찢어진 눈과 굳게 다문 입술의 모습이다. 팬들에게 알려진 서지훈은 이런 표정이다.

'-_-'이라는 이모티콘을 서지훈은 정말 싫어한다. 낯가림이 심해서 친해지기 어렵지만 한 번 친해지고 나면 서지훈은 속내까지 모두 드러내는 성격이다. 누구보다도 털털하고 가식이 없다.

"2002년에 데뷔했으니까 프로게이머를 10년 동안 해왔네요. 이 과정에서 제가 속한 팀의 이미지가 저에 대한 이미지로 굳어진 것 같아요. GO 시절부터 CJ 엔투스를 거쳐 공군 에이스까지 밝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전역 이후 다시 만난 서지훈은 큰 짐을 덜어낸 듯 가벼워보였다. 따사로운 봄날의 풍취가 몸에 배었다고 할까.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의무 가운데 하나인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서지훈은 연신 아저씨 웃음을 지었다. '-_-'라는 이모티콘은 사라졌고 '^-^'라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전역한 사람들이 '사회는 공기부터 다르다'라고 말하잖아요. 요즘 들어 그런 말에 완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도 아닌데 세상이 달라보여요. 하루 하루가 즐겁습니다. 그래서 자주 웃고 말수가 늘어난 것 같아요."

◆느닷없이 찾아온 손목 부상
공군 에이스에서 서지훈의 모습을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실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군에 입대한 것도 아닌데 서지훈의 출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나설 수 없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원래 서지훈은 박태민과 함께 2009년 2월에 입대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부상을 입으면서 1개월 가량 입대 시점이 늦춰졌다. 일단 다친 곳을 치료해야 했고 경기 감각도 되찾아야 했다. 공군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나선 것이 2009년 12월 프로리그 고인규와의 경기였으니 입대 후 6개월 동안 서지훈은 적응기를 거쳤다.



이후 09-10 시즌 프로리그 3, 4라운드에서 각각 두 차례, 5라운드에서 한 차례 경기에 나선 서지훈은 2승3패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던 데에는 후임 민찬기의 영향이 컸다.

"실력적으로 떨어져 있었던 것이 출전하지 못한 이유였어요. 후임으로 들어온 민찬기가 활발히 활동하던 상황에 입대했고 선임병이었던 오영종, 박정석 선수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기에 출전 기회가 적었죠. 그 틈을 비집고 살아났어야 하는데 어렵더라고요."

10-11 시즌 서지훈은 네 번 나왔다. 2라운드에서 두 번 출전해서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하이트 엔투스 팬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지만 3라운드에서 진영화에게 패했고 공군 전역 경기에서는 폭스 신노열에게 졌다. 10번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가운데 4승6패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공군 에이스로 활동하는 동안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어야 하는데 손목 부상이 찾아왔어요. 마우스를 움직이는 오른손의 4, 5번째 손가락이 마비되는 증세였죠. 군에서 치료를 받으려 했지만 진통제만 주더라고요.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해야 했지만 마우스를 오래 잡고 있으면 손이 저렸어요. 연습량이 떨어진 거죠."

◆화기애애해진 팀 분위기
서지훈이 공군 에이스로 활동하고 있을 때 CJ 엔투스와 하이트 스파키즈가 합병되며 하이트 엔투스라는 팀으로 다시 태어났다. 코칭 스태프가 합쳐졌고 선수들도 합쳐지면서 새로운 팀이 됐다.

"휴가를 받았을 때 팀에 가봤더니 분위기가 달라져 있더라고요. 제가 있을 때의 CJ 엔투스는 좋게 말하면 조용했고 반대로 생각해보면 가라앉아 있었거든요. 선수들 개인적인 성향은 밝고 활기찼지만 팀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런데 하이트 스파키즈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한층 밝은 성격의 팀으로 변모했더라고요."

서지훈은 변화된 팀 분위기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CJ 엔투스 시절 잠재되어 있던 활기가 팀 합병으로 인해 밖으로 표출된 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분석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시끌벅적하게 팀을 이끌어 가고 싶어했던 '정신적 지주'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라 평가했다.

"GO 시절부터 묵묵히 따라왔지만 20대 중반부터는 달라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내부적으로는 묵묵하고 조용한 이미지를 유지해도 되겠지만 몸에 배다 보니까 팬들을 대할 때에도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엔투스라는 팀의 이름과는 걸맞지 않는 태도가 팬들에게 각인되는 모습이 싫었어요."

팬들이 서지훈을 비롯한 CJ 엔투스 선수들을 '-_-'라는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는 것을 바꾸고 싶었다는 서지훈은 합병 이후 변화된 분위기가 향후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재미있는 경기로 승리하겠다
하이트 엔투스에 합류하는 서지훈의 직책은 플레잉 코치다. 선수 자격을 유지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지도하는 자리다. 서지훈은 선수를 원했지만 테란 선수들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하이트 엔투스에서 플레잉 코치를 제안했고 받아들였다.

"손목 부상이 있기는 하지만 전역 후에도 선수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은퇴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공군에서도 그리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죠."

일단 서지훈은 선수라고 생각하고 연습에 주력할 계획이다. 플레잉 코치라는 타이틀에서 플레이가 앞에 붙어 있는 이유는 기량을 갖춘 사람이라고 인정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 해석했기에 서지훈은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자신의 실력을 끌어 올릴 예정이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프로게이머들에게 와닿는 코칭을 하기 위해서는 실력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선수들도 잘 따를 테니까요. 선수로서도 프로리그나 개인리그 무대에 자주 서고 싶습니다. 플레잉 코치라는 자리를 받아들인 이유도 경기를 뛸 수 있는 자격을 유지하기 때문이에요."

서지훈은 코치로서의 각오를 하이트 엔투스의 모토인 '팬 퍼스트'로 표현했다. 팬들에게는 즐거움을 주면서도 팀으로서는 이기는 경기를 가져가는, 재미와 실리를 모두 찾겠다는 것이다.

"최근 테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획일화된 전략이나 전술을 많이 구사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기기 위해서 그런 플레이를 펼치겠지만 팬들의 기억에는 장기전으로 남을 뿐이거든요. 하이트 엔투스의 테란 라인은 이런 트렌드를 벗어나 독특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로 차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신상문, 조병세, 정우용 등 주전 선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해 플레잉 코치로 활약할 서지훈이 전역 선수로서, 훌륭한 코치로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길 기대해 본다.

thenam@dailyesports.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