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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이적한 이재호 "PS 진출이 첫 임무"

웅진 이적한 이재호 "PS 진출이 첫 임무"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지난달 28일 e스포츠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이적 발표가 있었다. MBC게임 히어로의 간판 테란으로 6년간 뛰었던 이재호가 웅진 스타즈로 이적한다는 발표가 나온 것. MBC게임 팬들은 가뜩이나 주전으로 뛸 만한 선수들이 부족해서 '외인구단' 소리를 듣고 있는데 이재호를 이적시키면 어떡하냐며 불만을 토로했고 웅진 팬들은 이재호의 합류로 하위권에서 벗어나서 포스트 시즌에 가보자며 희망에 찬 기대감을 드러냈다.

팬들의 반응이야 어떻든 이재호의 심경이 궁금했다. 번개불에 콩 굽듯이 단기간에 결정된 이적이었기에 이재호가 느끼는 감정이 가장 중요했다. 이전 속 팀에 일말의 배신감을 가질 수도 있고 프로게이머로서의 열의가 떨어질 수도 있고 웅진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3월3일 서바이버 토너먼트 예선이 끝난 뒤 밤 늦은 시간에 웅진 숙소로 찾아가 이재호를 만났다.

◆시즌중 이적이라 당황
웅진 스타즈의 유니폼을 입은 이재호의 모습은 기자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MBC게임 히어로의 로고처럼 검은색과 붉은색이 주로 들어가 있는 유니폼을 입던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했기에 연두색과 흰색의 밝은 톤 유니폼을 착용한 이재호는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이재호도 아직은 유니폼에 적응이 되지 않았는지 사진 촬영에 임하면서도 얼굴색이 붉게 변했다.

이재호는 이적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사흘 전에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전해들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적하는 팀이 웅진이라서 놀라지는 않았다. 단지 시즌 중에 선수가 이적을 하고, 그 대상이 자신이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선수들의 이적이 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죠. 전에 김택용이나 정영철이 SK텔레콤으로 이적하는 것도 봤으니까요. 그래도 시즌이 한창 진행될 때 선수가 팀을 옮기고 제가 그 케이스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해봤어요."

이재호는 MBC게임 시절 동료들에게 우스개 소리로 "다른 팀에 가면 어떨까"라고 던진 적이 있단다. 개인리그에서 동료들을 자주 만나게 되고 그 때마다 패자의 한을 품었던 이재호가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자 동료들은 "농담이라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답했단다. 그렇지만 이제 현실이 되었고 이재호에게 MBC게임 히어로는 전 소속팀이 됐다.



◆과거는 과거일 뿐
이재호는 웅진으로 이적한 직후 이재균 감독과 면담을 진행했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은 면담 시간이었지만 이재균 감독은 이재호의 정신 자세를 매우 높이 샀다. 프로게이머 경력도 오래된 축에 속하지만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훌륭하다는 것. 특히 급속히 진행된 이적에 대해 이재호가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떻게 주워 담겠습니까. 웅진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할 때에는 두려움까지 느꼈다고 했다.

실제로 이재호는 이번 이적에 대해 시크하게 받아드렸다. 심적 동요가 일어날 수도 있고 반발심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현상을 그대로 이해하기로 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도, 부정적으로 이해하지도 않고 현재에만 충실하겠다는 뜻이다.

"경기에서 졌을 때 곧바로 잊어요. 상대 전적 같은 것은 거의 신경 쓰지 않죠. 오늘 맞붙어서 이기는 쪽이 센 거 아닌가요. 10대0으로 지고 있어도 오늘 이기면 현 상황에서 강자는 이긴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이적이 결정됐고 저는 웅진으로 왔어요. MBC게임 팀에 대한 반발이나 좋지 않은 감정을 갖지 않아요. 이제 웅진 선수이고 웅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죠."

영어로 표현하자면 '쿨'한 마인드다. 과거에 얽매이지도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이제 22살밖에 되지 않은 선수가 하고 있다. 이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이재호 안에는 80먹은 노인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인정한다.

MBC게임 히어로 선수들과 6년간 쌓였던 정에 대해서 물었다. 쿨하고 시크한 답변이 돌아왔다. 사람간의 정은 떼기가 어렵지만 경기석에 앉으면 이겨야 할 상대라는 것이다. 더 물을 엄두가 나지 않는 답이다.

◆웅진의 잠재력 확인
이재호는 우승 청부사 자격으로 웅진에 왔다. 08-09 시즌부터 참가한 웅진은 지난 두 번의 프로리그에서 포스트 시즌에 올라가지 못했다. 이번 10-11 시즌에도 성적은 하위권이다. 4라운드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웅진이 MBC게임에게 이재호를 달라고 한 이유도 반드시 포스트 시즌에 가야 한다는 절실함 때문이다.

이재호는 웅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09-10 시즌에 웅진에 포스트 시즌에 올라가지 못했어요. 승수에서 밀려서 6위에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세트 득실은 6위 팀보다 좋았죠. 다른 팀에서 웅진을 바라보면 끈질긴 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끈기가 승리로 전환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졌다는 게 아쉽죠."

이재호는 웅진을 분석하면서 자신의 역할까지 모두 설명했다. 끈질긴 면을 갖고 있는 웅진이 이기는 팀으로 변신하는 기폭제 역할을 해내면 된다고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2일 화승 오즈와의 경기를 대기실에서 지켜봤어요. 개인적으로는 출전하고 싶었는데 로스터 문제로 경기를 보고만 있었거든요. 그날 김민철이 3킬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웅진의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연습 환경에서 MBC게임보다 낫다는 점도 웅진의 잠재력 가운데 하나다. 선수층이 얇아 2군과 준비를 해야 했던 MBC게임과는 달리 웅진은 1군 선수들간의 연습도 자주 진행된다고.

이재호는 "이적 이후 윤용태, 김민철 등과 자주 경기를 하면서 모자란 점을 찾아냈다"며 "선수층이 두터운 것도 웅진의 장점이라 생각된다"고 했다.



◆PS 티켓 안기겠다
현재 웅진의 성적은 13승17패, 세트 득실 -8로 전체 9위다. 10위가 공군 에이스인 점을 감안하면 프로 팀 가운데 최하위라고 봐도 무방하다. 남은 경기 수는 24. 이 가운데 최소 17승 정도는 보태서 30승을 채워야만 6위 안에 들 수 있다.

"웅진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단지 1승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위너스리그 남은 경기에서 일단 7할 정도의 성적을 내야 되고 여세를 몰아 5, 6라운드에서도 그 정도의 승률을 내야만 포스트 시즌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죽을 각오로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재호는 왜 웅진의 유니폼을 입게 됐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평소 다른 팀의 동향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나 흥미를 보이지 않은 탓에 웅진 선수들에 대해서도 잘 몰랐지만 이적 이틀만에 연습생들까지 모두 파악하면서 안면을 텄다. 내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이재호다.

"과거는 모두 잊었어요. 웅진의 연두색 옷을 입고 경기에 나설 날만 기다려집니다. 이 옷을 입고 광안리까지 가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네요. 웅진 파이팅!"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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