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피플] 토끼띠 서경종 해설 위원 "새로운 도전, 새로운 꿈"

[피플] 토끼띠 서경종 해설 위원 "새로운 도전, 새로운 꿈"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MBC게임을 오랜만에 시청한 팬이라면 낯선 목소리의 한 해설자를 만날 수 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도대체 누구일지 고민해 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발음이 정확하지만 목소리가 해설자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저 해설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해설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시청자들은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MBC게임에서 다양한 예능 프로를 섭렵하며 방송에 대한 감을 익혔던 서경종이 김철민 캐스터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게이머 서경종. 그가 이제는 해설자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6번째 해설을 앞둔 서경종을 만난 것은 신묘년 설 연휴 바로 전인 지난 1일. 토끼띠인 서경종에게 이번 설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설 연휴로 들떠 있는 사람들에 비해 서경종의 마음은 오히려 더 가라앉아 보였다. 하면 할수록 어렵기만 한 해설자의 길에 대한 고민으로 서경종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운 좋게 들어선 해설자의 길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고 방송인으로 새로운 길에 도전한 서경종. 하지만 처음부터 해설자를 하고 싶어 방송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워낙 쟁쟁한 해설자들이 MBC게임에 즐비했기 때문에 서경종은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MBC게임 해설진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년 정도는 예능프로에서 경험을 쌓는 것에 주력하려 했죠. 프로리그 해설을 할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해설자에 대한 꿈을 꾸지 않은 것이 아니라 꾸지 못한 것이죠.”

하지만 이승원 해설의 목상태가 좋지 않아지며 서경종에게 기회가 생겼다.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서경종은 MBC게임 해설진에 합류했고 몸으로 부딪치며 배울 수밖에 없었다. 해설을 하기 일주일 전에 통보를 받았다는 서경종은 생각지도 않은 기회를 잡으며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이 함께 밀려왔다.

“도전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 분야에 갑자기 뛰어들게 되니 얼떨떨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나에게 이런 기회가 왔다는 것에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해설자를 준비하던 상황이 아니라 경기를 꾸준히 챙겨보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이대로 기회를 놓치지 싫었습니다.’

서경종은 “인생에서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글귀를 기억했다. 그리고 지금 찾아온 해설자라는 기회가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고. 그때부터 밤을 새면서 그동안 보지 못한 VOD를 눈이 충혈되도록 보면서 해설자 데뷔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첫 저그 해설자의 자존심을 지킨다
그동안 프로게이머에서 해설 위원으로 전향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테란과 프로토스였다. 이상하리만큼 저그 출신의 해설자는 없었다. 팬들도 최초의 저그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피플] 토끼띠 서경종 해설 위원 "새로운 도전, 새로운 꿈"


그런 점에서 서경종은 또 다시 올해 자신의 운이 좋음을 경험했다고 한다. 프로게이머로서는 주목 받지 못했던 그가 첫 저그 출신 해설자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운이 좋아 해설자의 길로 들어선 서경종은 자신의 인생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받는 또 하나의 행운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신묘년이라 그런지 토끼띠인 저에게 운이 오나 봐요(웃음). 그동안 왜 저그 출신 해설자가 없었는지 신기하네요. 저그 출신 해설자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저그 대 저그전 만큼은 그 어떤 해설자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그전 만큼은 꾸준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서경종은 자신의 롤모델로 김정민 해설 위원을 꼽았다. 프로게이머에서 해설로 전향한 선수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정민처럼 되기 위해 한 걸음씩 달려가고 있다고 서경종은 설명했다.

“프로게이머라는 사실이 해설자를 하면서 오히려 장애물이 될 경우도 많아요. 사실 게임을 할 때는 자신의 종족만 죽도록 연습하기 때문에 다른 종족에 대한 이해도가 일반 해설자들보다 떨어질 수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민이형은 세 종족 모두를 꿰뚫고 있더라고요. 정말 놀라워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짐작이 가요. 저도 (김)정민이형처럼 되고 싶습니다. 저그뿐만 아니라 세 종족에 대한 이해가 높은 해설 위원이 되고 싶어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이해하다
서경종만큼 자신을 잘 알고 있는 해설 위원이 또 있을까. 주변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기도 하지만 자신의 해설을 모니터링 하면서 서경종은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빠르게 발전해 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많은 분들이 처음 해설하는 사람 같지 않게 발음이 좋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방송을 하기 위해 연기 학원을 다니며 발성과 발음을 연습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목소리 톤은 제가 듣기도 힘들더라고요(웃음). 원래 다정다감한 목소리톤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해설자가 되고 나니 단점이 되더군요.”

서경종은 “목소리가 게이같다”는 댓글과 평가들을 보면서 자신의 목소리톤이 시청자들이 듣기에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뒤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크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첫 날보다 둘째 날이, 둘째 날보다 셋째 날이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목소리톤뿐만 아니라 언어 구사 능력도 좋지 않아요. 아무래도 방송용어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실수를 할 때도 있고요. 다양한 표현을 하고 싶은데 생각대로 말이 나가지 않더라고요(웃음). 제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맛난 음식 싸다 주세요”
설 연휴에도 서경종은 편하게 쉬지 못한다. 해설 위원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그동안 보지 못한 VOD를 모두 챙겨보려면 시간이 모자란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이 서경종에게는 감사하고 행복하기만 하다.

[피플] 토끼띠 서경종 해설 위원 "새로운 도전, 새로운 꿈"


“사실 제가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때는 열심히 연습해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방황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주어진 일이 있고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어 행복해요. 이제 모든 것은 내가 하기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휴에도 계속 게임을 하면서 더 좋은 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설 연휴에 맛난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던 서경종. 신묘년을 맞아 팬들에게 한마디 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치자고 하니 “팬 여러분, 남은 음식 좀 싸다 주세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설 음식이 정말 먹고 싶었나 보다.

“신묘년 저에게 찾아온 행운 여러분들께 나눠 드릴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남은 차례상 음식 저에게 가져다 주시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웃음). 더 좋은 해설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이 응원해 주세요.”

sora@dailyesports.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